거제상공회의소 회장 김 점 수
[거제뉴스아이] 세상에서 가장 야속하고 나쁜 행위는 한 번 주었던 것을 다시 빼앗는 일이라고 했다. 국가가 약속했던 핵심 기반시설을 지역의 합의도 없이 임의로 전용하려는 최근의 사태를 보며 거제 경제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참담한 심정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력 인프라 운용 계획은 특정 지역의 반도체 산업단지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거제 사등변전소의 변압기 물량 등을 전용하려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국가 정책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고대해 온 거제 시민에 대한 권리 침해이자, 지역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다.
사등변전소 건설 사업은 거제 서부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지난 2013년 6월 '제6차 장기 송배전설비계획'에 최초 반영된 이래 이미 13년째 표류 중인 사업이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12년 이상 준공이 미뤄지며 현재는 2030년 4월 가압을 목표로 겨우 입지 선정을 마친 상태다.
이처럼 오랜 기간 지연을 묵묵히 감내해 온 지역의 전력 자재를 또다시 타 지역 사업을 위해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겠다는 논리는 전형적인 '임시변통식' 행정이며 지방 산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현재 거제 경제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최근 거제시는 정부로부터 '조선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디지털·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스마트 첨단 시설 투자와 시설 확충을 본격화하고 있다.
더욱이 거제 기업혁신파크, 남부내륙철도 및 배후단지, 가덕도 신공항 배후단지 조성 등 거제의 미래 지도를 바꿀 대형 국책 사업들이 목전에 다가와 있다. 이 모든 혁신과 도약의 전제 조건은 다름 아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전력 인프라 확충에 차질이 생기면 거제의 중장기 개발 계획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의 수주 회복세와 대규모 투자 소식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늘이 짙다. 생산의 중추인 협력사 노동자들의 삶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겪는 경영난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예기치 못한 대규모 홍수 피해까지 겹쳐 지역 사회 전체가 큰 시름에 잠겨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지역 경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기존에 약속된 필수 전력 인프라마저 빼앗아가려 하는 것은 거제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다.
정부의 전력 정책은 정당한 절차와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 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성과만을 위해 이미 지연된 타 지역의 필수 자재를 빼앗아가는 정치논리적 전횡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거제상공회의소는 거제시 및 경상남도와 뜻을 같이하여, 사등변전소의 변압기 배정과 2030년 준공 계획이 한 치의 차질도 없이 당초 계획대로 이행될 때까지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자재 전용 검토를 즉각 철회하고 거제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전력망 구축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