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갯바위·테트라포드 낚시, 손맛보다 먼저 챙겨야 할 생명
[기고] 갯바위·테트라포드 낚시, 손맛보다 먼저 챙겨야 할 생명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26.10.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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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소방서 소방장 이민영

[거제뉴스아이]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는 시간은 누군가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 주는 소중한 휴식이다. 그러나 그 평온함 뒤에 도사린 위험을 잊는 순간 낚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도 갯바위와 방파제 테트라포드 등에서 낚시객의 추락과 익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경남에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낚시어선 및 낚시객 관련 안전사고가 462건 발생했고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갯바위와 테트라포드에서는 각각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가 즐기는 낚시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활동임을 보여 준다. 소방관으로서 각종 사고 현장을 마주하며 느끼는 것은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위험을 줄일 기회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있다는 사실이다.

갯바위는 평평한 운동장과 다르다. 바위 표면에 붙은 해조류는 발을 미끄러지게 하고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는 순식간에 사람을 바다로 휩쓸 수 있다. 육지에서 보기에는 잔잔한 바다라도 먼바다에서 발생한 파도가 해안에 도달하면서 예상보다 큰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 조금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도 발을 헛디디거나 중심을 잃을 수 있다.

테트라포드는 더욱 위험하다. 파도의 힘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표면이 불규칙하고 구조물 사이에 깊은 틈이 있다. 한 번 발을 헛디뎌 틈으로 추락하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고 주변 사람이 직접 구조하려다 추가 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 낚시하기 좋은 자리라는 이유만으로 테트라포드에 올라서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일부 낚시객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위험한 장소에 진입하고 출입통제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도 이를 무시한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낚시를 강행하거나 혼자서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 경우도 있다. 짧은 시간 동안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고는 바로 그 익숙함과 방심을 파고든다.

안전은 장비에서 시작된다. 구명조끼는 단순히 몸에 걸치는 물건이 아니라 물에 빠졌을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안전장비다. 특히 파도가 치는 해안에서는 수면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구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했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착용하지 않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고 휴대전화를 방수 상태로 보관하며 가족이나 지인에게 낚시 장소와 귀가 예정 시간을 알려 두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출입통제구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통제 표지판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다. 해당 장소의 위험성을 고려해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조치다.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도 들어간다는 이유로 통제구역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

낚시 장소를 선택할 때는 출입이 허용된 곳인지 먼저 확인하고 기상특보가 발효되거나 파도가 높아지면 미련 없이 철수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구조대의 신속한 출동과 전문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구조는 육상에서의 구조와 다르다. 파도와 조류, 수온, 시야, 접근 가능한 지형 등 여러 변수가 구조활동을 어렵게 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구조대원이 즉시 요구조자에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구조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위험한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 것,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것, 동행자와 함께 움직이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수칙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소중한 생명을 지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안전사고 예방의 책임을 낚시객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관계기관은 위험지역에 대한 안내와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안전시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위험정보를 시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안전의식과 관계기관의 예방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낚시는 자연을 즐기는 여가활동이다. 그 즐거움이 위험을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좋은 조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잠깐이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전수칙을 생략할 이유도 없다. 바다에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고 다음 출조를 기약할 수 있어야 낚시의 즐거움도 이어진다.

소방관으로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구명조끼를 입고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가지 말고 위험하면 물러서라. 물고기는 다음에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생명에는 다음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손맛을 좇기 전에 안전을 먼저 챙기는 작은 실천이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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