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이야기] 15세기 조선통신사 출발지 ‘거제도’
[거제이야기] 15세기 조선통신사 출발지 ‘거제도’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18.06.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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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가 일본을 갈 때 배를 타고 출발하던 곳은 어디였을까? 대부분 부산을 떠올린다. 부산은 16세기~17세기까지 조선통신사의 출발지였다. 그러나 그 이전은 대부분 거제도 지세포항에서 출발했다. 일본통신사는 부산보다 거제에서 출발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오래됐다.


‘조선통신사’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때는 1413년(태종 13년) 박분을 정사(正使)로 대마도로 파견한 사절단이었다. 그러나 이 사신행차는 박분이 병이 들어 행차가 중지됐다.

그 뒤 1429년(세종 11년) 박서생을 정사로 한 사절단이 일본 교토 쇼군에게 파견돼 임무를 수행하고 귀국했다. 이 사절단이 실제로 시행된 ‘일본통신사’라 할 수 있다.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

‘통신사’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375년 무로마치 막부장군에게 왜구 금지를 요청하는 사절을 파견할 때였다. 이때는 이름만 통신사였을 뿐 그 조건과 목적을 갖추지 못해 통신사로 보기는 어렵다.

 고려 말 거제 지세포항 이용 통신사 왕래

대마도로 가던 조선통신사가 대마도 항해 길의 출발지나 기착지로 거제 지세포항을 이용한 시점은 고려말기부터였다. 본격적으로 통신사가 거제도를 경유한 시점은 15세기였다.

거제도는 고대 일본과의 무역을 시작한 기원전부터 해상로의 경유지였다. 전라남도 남해안과 제주도, 그리고 합포(마산), 웅천(진해), 김해, 부산포 등에서 출발해 거제의 다대포, 지세포, 아주동(옥포) 등지에서 배를 정박한 뒤 바다의 날씨를 살핀 뒤 쓰시마 난류를 타고 대마도 해안에 이르는 바닷길을 이용했다.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 행렬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 행렬

쓰시마 난류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대마도로 가는 뱃길이 거제도를 거쳐 가는 것이 가장 안전했기 때문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조선통신사가 거제도를 거쳐 간 기록은 1292년(충렬왕 18년) 몽골에 의해 일본으로 파견됐던 태복윤 김유성, 원나라의 조양필이 선유사(宣諭使)로, 곽린은 서장관으로 일본에 갔다는 기록이 있다.

공민왕 때는 김룡과 김일을 금적사로 보냈고, 우왕 원년(1375년)에는 나흥유를 파견했다. 1377년(우왕 3년)에는 안길상을 보냈고, 같은 해에 정몽주를 파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자용과 한국주, 1379년(우왕 5년)에는 윤사충을 보내 보빙(답례 방문)했다.

조선 건국 후에는 1394년(태조 3년) 김거원이 중범명과 사로잡혀 갔던 579명을 거느리고 왔다. 1408년(태종 8년) 일본 통신관 부사직 박화가 잡혀간 사람 100여 명을 데리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후로도 1410년 박화, 1413년 통신관 검교 공조참의 박분 등이 다녀왔다.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대마도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대마도

대마도 정벌 후에도 1420년부터 1422년, 1428년, 1439년, 1442년, 1459년, 1476년, 1479년, 1487년(성종 3년)까지 조선통신사를 보냈다.

당시 공식적으로 20여 차례 이뤄진 일본통신사 중에 2~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제도를 거쳐 일본으로 갔다. 당시 지세포에는 관원들을 대접해 묵게 하는 객사와 관청, 세관, 객주, 그리고 여행객이 여독을 풀고 향락을 즐길 수 있는 기방과 의원 등을 갖추고 있을 정도였다.

 대마도 정벌 후 거제 거쳐 일본 간 통신사

16세기 들어 1510년 삼포왜란(부산포, 내이포, 염포 등 삼포에서 거주하고 있던 왜인들이 대마도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난)이 일어나면서 일본통신사가 부산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부산을 이용한 또 다른 이유는 선박의 기능과 축적된 항해술의 발전도 한 몫을 했다. 또 육지에서 거제가 아닌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것이 더 빨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부산은 조선통신사 출발지로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 동안 12차례 사용됐다.

한양(漢陽)을 출발해 일본의 수도인 에도(江戸)까지는 7~8개월 이상 소요되는 왕복 약 3000㎞의 여행이었다. 긴 여로의 곳곳에서 통신사는 일본의 많은 문인들과 필담을 나누고 노래와 술잔을 주고받기도 했다.

부산은 2002년부터 조선통신사 축제를 5월엔 부산에서 8월은 대마도와 시모노세키 등에서 하고 있다. 200년 12차례 조선통신사 사절단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거제시도 통신사 기록 발굴해야 할 때

거제시가 이제 조선통신사에 눈을 뜰 때다. 부산과 연계해 조선통신사 축제를 광역문화축제로 승화시켜 조선통신사 역사를 고대부터 1800년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대마도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대마도

조선통신사 기록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물로 등재됐다. 부산시가 2014년 일본 나가사키현과 우호교류협약을 맺은 뒤 적극 노력한 끝에 유네스코 세계기록물에 등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제의 조선통신사 기록이 포함됐는지 의문이다. 현재 조선통신사 역사관의 기록을 보더라도 부산에서 출발한 1607년부터 1811년까지만 소개되고 있을 뿐 그 이전에 거제도를 거쳐 간 조선통신사 기록은 전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산의 조선통신사 기록뿐만 아니라 거제도에서 출발한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 통신사 기록을 추가해 기록물의 숫자뿐만 아니라 통신사가 여러 경로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반드시 살펴서 기록물에 추가해야 한다.

조선통신사 기록은 부산보다 어쩌면 거제의 기록이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승포항~대마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하루 빨리 운항하면 넘쳐나는 대마도 관광객을 부산과 거제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도와 조선통신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글 김석규 거제시 공보문화담당관

조선통신사 역사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조선통신사 탐방지역
조선통신사 역사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조선통신사 탐방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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