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단속이 아니라 이용의 설계가 필요하다
농지단속이 아니라 이용의 설계가 필요하다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26.04.1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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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태 전 거제시의원(노동운동가)

[거제뉴스아이] 농지 전수조사가 추진되면서 농지 소유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투기 방지와 경자유전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지금의 접근이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농지 보유가 존재한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5도2촌 형태의 주말농장, 자녀에게 상속되거나 증여된 농지 그리고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세대 간 이전이 이루어진 농지까지 그 양상은 매우 복합적이다.

이러한 농지들을 일괄적으로 투기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농지를 유지하고 이어가기 위한 선택까지 투기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정책은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 우려되는 점은 단속 중심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형식적인 경작이 늘어나고 임대와 위탁은 음성화되며 정작 농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왜곡이 발생한다. 결국 농지는 묶이고, 농업은 더 위축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만 규정한 채 전수조사가 진행될 경우, 농지 시장 자체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거래가 줄고 수요가 감소하면 결국 농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다.

농업인들에게 농지는 평생을 일궈온 자산이다. 정책의 방향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흔들릴 경우 농업인의 삶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농지 정책의 중심은 소유가 아니라 이용이어야 한다. 누가 가지고 있느냐보다 그 농지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직접 경작이 어려운 농지는 공식적인 임대와 위탁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방치된 농지는 지역 공동체나 청년 농업인과 연계해 다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주말농장 역시 지역 농업과 연결되는 참여형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농지를 묶어두는 정책이 아니라 흐르게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지 이용 등록제, 지역 단위 농지 관리체계 청년농 연계 시스템 등 실질적인 활용 중심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지는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기반이자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삶의 터전이다. 이제는 단속의 시선을 넘어야 한다. 농지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농지를 막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농지를 쓰이게 하는 정책만이 농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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