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버지의 흉상을 메었나?
나는 왜 아버지의 흉상을 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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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3.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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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득 거제시장 예비후보

[거제뉴스아이] 프랑스의 한 여배우는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눈물 연기로 유명했습니다. 어느 날 기자가 그 비결을 묻자, 그녀는 “눈물 연기를 할 때마다 언제나 나의 조국 프랑스를 떠올립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에게는 그 조국만큼이나 절실한 존재, 바로 '아버지'가 있습니다.

비보와 함께 찾아온 1월의 한파

2005년 2월 7일(음력 12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처럼 선선했습니다. 결혼 비수기라 출장 뷔페 일을 잠시 쉬고 교회 청소를 준비하던 중, 한국에서 막내 여동생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소식에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충격은 생생합니다.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부산에는 매서운 한파와 함께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요일 아침, 초등학교 동창 자녀의 결혼식에 가시던 길에 신호를 위반한 상대 택시와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장지도 마땅치 않아 김해 공원묘원에 모시고 4일장을 치렀습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장기 파열'로, 병원은 '쇼크사'로 결론지었습니다.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받은 사고 당시 아버지의 컬러 사진 속에는 심폐소생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LA 공항 입국 당시 아내의 이름이 테러리스트 명단과 유사해 특별조사실로 불려 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금방 풀렸고 이민국 담당자의 사과까지 받으며 무사히 입국했습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온 가족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아버지의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을 잡지 못한 채 결국 행정학석사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사고가 나기 6개월 전인 2004년 7월, 저는 2006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촌 매형을 통해 무소속 군수 선거 비용이 5억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를 아버지께 전해 드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제 가슴을 더 미어지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사고 두 달 전, 정확히 5억 원 규모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셨고 운영하시던 치킨 가게도 5억 원에 매물로 내놓으셨던 것입니다.

사고 당일, 아버지의 품 안에는 동창들에게 한턱내려던 현금 3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1978년 비행기를 타고 하청조기회 회원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실 만큼 통이 크고 정이 많으셨던 아버지는, 아들의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흉상을 메고 약속의 길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행복한 20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1년 365일 가게를 지키며 저를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 덕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셨지만, 아들을 향한 애정만큼은 각별하셨습니다. 비록 사고 자체는 가벼운 접촉사고였으나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짐을 덜어주려 말없이 이별을 택하신 것이라 저는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그 가슴 아픈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살아생전 함께 선거운동을 하자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아버지의 흉상을 만들어 메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의 모습에 놀랐듯, 저는 아버지의 흉상을 메고 그분의 희생과 철학을 가슴에 새기며 약속을 실천해 왔습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그로부터 21년이 흘렀습니다. 다시 시장 선거가 다가옵니다. 이제는 과거의 고비용 패거리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제가 지난 20년간 무소속의 길을 걸으며 땅 한 평, 주식 한 주 없이 청렴하게 살아온 이유도 바로 아버지의 희생이 가르쳐준 정치적 소신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공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로 경선에 나섭니다. 저 차디찬 북쪽 하늘에서 북극성이 되어 저를 비추시는 아버지를 따라, 다시 한번 흉상을 메고 눈시울을 붉히며 길을 나섭니다.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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