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퍼펙트’ 리카르도 로페즈
‘미스터 퍼펙트’ 리카르도 로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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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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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뉴스아이] 왜소하나 가장 완벽한 전사, 아마 프로 경력에 단 한 번의 패전도 없는 치명적인 사나이. 세인들은 그를 가리켜 ‘미스터 퍼펙트’ 라 불렀다. 그의 풀네임은 리카르도 로페즈 나바이다. 1967년 7월 25일, 세계최강의 전사들이 즐비한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부터 될 성싶은 전사였다. 1981년부터 4년 연속 멕시코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40전승 28KO승의 화려한 발자욱을 남기고 1985년, 불과 18세의 나이로 로젤리오 에르난데스를 3라운드에 튕겨 내고 진정한 전사들의 경연장으로 발을 들인다.

그가 속한 체급은 WBA에는 미니엄급, WBC에는 스트로급 또는 미니 플라이급으로도 부른다. 한계 체중은 47.6kg이다.

파죽지세, 데뷔 후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26전승 18KO승의 화려한 이력으로 1990년 10월 10일, 일본이 100년 만에 한 명 정도 나오는 천재라고 떠벌이는 살수 오하시 히데유키에게 WBC미니 플라이급에 도전장을 내민다. 장소는 적지 일본의 코라쿠엔 홀에서 맞섰다.

맹주 오하시는 강렬한 도전자 로페즈에 저항했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다. 4회 한차례 다운을 허용한 후 5회 들어 섯 다운 포함 세 차례 다운을 당하자 주심은 더이상 진행은 무리라고 판단, 비무를 중단시킨다. 5회가 시작되고 2분 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위대한 전사 로페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로페즈는 가공할 신공으로 항거하는 도전자를 처단한다. 1991년 5월 19일, 시즈오카로 날아간 그는 히라노 기미오를 8회 TKO로 제압하고 동년 12월 2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전 IBF미니어급 맹주 한국의 이경연을 3-0 압도적인 판정(120-104, 120-106, 120-106)으로 내려 앉히고 2차 방어에 성공한다.

이어 프리티보이 루카스에 판정승을 시작으로 싱프라서트 키티카셈을 5회 TKO, 록키 린을 2화, 한국의 오광수를 9회, 사만 소르자투롱을 2회, 토토 봉사왕을 11회, 매니 매르첼를 11회에 각각 TKO로 패대기치고 9차 방어의 벽을 넘는다.

사실 미니엄급은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 다시 말해 돈이 되지 않았다. 아시아를 제외하곤 다른 세계에선 전사가 적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페즈 역시 주 무대가 아시아 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지만 강력한 전사 로페즈의 소문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상대가 앞서 희생된 9차 방어 상대인 필리핀의 전IBF 맹주 매니 매르첼 이었다. 비무 장소는 미국의 네바다주였다.

1994년 5월 7일, 로페즈는 꿈에 그리던 경기장 라스베가스 MGM그랜드 가든 아레나로 향한다. 10차 방어 상대 콜롬비아의 전사 케르민 가디아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변 없이 3-0 판정으로 10차 방어를 마친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태국의 수라차이 생모라콧을 단 113초 만에 주저앉힌다. 이는 미니엄급 최단 기록이었다. 9월 17일의 일이었다.

맹주 로페즈는 거침이 없었다. 하비에르 바르게즈를 8회, 야밀 카라발로를 1회, 앤디 타바니스를 12회, 아라 비라모이를 8회, 키티차이 프리차를 3회, 모건 은두모를 6회, 한국의 박명섭을 1회에 날려 버리며 7연속 TKO승을 거둬들인다. 18차 방어전을 넘어 서고 있었다.

1997년 3월 29일, 몽콩 차로엔를 상대로 3-0 판정으로 물리치고 19차 방어전을 마친다.

로페즈의 야망은 끝이 없었다. 그의 묵검은 녹 쓸지 않았고 전사의 칼춤은 멈출 줄 몰랐다. 그의 첫 번째 타켓은 WBO 맹주 알렉스 산체스와의 통합타이틀전이었다. 그의 20차 방어전이기도 했다. 1997년 8월 23일 라스베가스, 산체스는 5회가 한계였다. 로페즈는 승리의 잔을 마신 후 곧바로 WBO타이틀은 반납한다. 그에겐 정복의 희열만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강호를 종횡무진하던 위대한 전사 로페즈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상대는 WBA의 맹주 니카라구아의 로센토 알바레즈였다. 통합타이틀전이기도 했다. 비무전 로페즈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지만 길고 짧은 건 재봐야 되는 법.

1998년 3월 7일, 멕시코시티에서 양자는 맞붙는다. 2회, 알바레즈의 강력한 초식에 아마 프로를 합쳐 생애 처음으로 다운을 허용한다. 이날은 평소의 로페즈가 아니었다. 마치 마공에 당한 것처럼 활기가 없었다.

7회, 이마를 맞대고 접근전을 시도하던 찰나 우연한 버팅으로 인해 로페즈의 오른쪽 눈썹 언저리가 찢어서 출혈이 심했다. 주심은 알바레즈에게 1점 감점을 주고 링닥터에게 의견을 물어 비무는 속행된다.

하지만 7회 종료 50초를 남기고 링닥터 옆자리에 있던 WBC회장 호세 슬레이만은 링닥터에게 상처를 한 번 더 확인하라고 주문, 8회 시작과 동시 로페즈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가드를 올리고 링 중앙으로 나서는 순간, 레프리가 링닥터의 의견을 받아들여 비무를 중단시킨다. 무승부였다. 그때까지 체점은 1-1 무승부였다. 이 결과는 서로가 방어한 셈이었고 로페즈에겐 21차 방어전이었다.

슬레이만회장의 입김으로 통합 맹주의 자리를 강탈당했다며 알바레즈측의 거센 항의를 수락, 1998년 11월 13일에 재대결이 성사된다. 통합타이틀전으로 치러 질 이날 비무는 알바레즈의 한계 체중 초과로 알바레즈가 승리하더라도 로페즈의 왕좌는 그대로 유지되고 알바레즈가 패할 경우 로페즈는 통합 맹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날은 선혈이 낭자한 비무였다. 알바레즈의 강력한 신공에 5회에 오른쪽 눈 눈썹 아래가 찢어지고 6회에는 왼쪽 눈썹 언저리마저 찢어져 로페즈의 선혈이 사각의 캔버스를 붉게 물들였다. 고전 끝에 12회 마지막 종이 울린다. 결과는 2-1(116-114, 116-112, 113-115) 힘겨운 판정승이었다.

로페즈의 야망은 끝이 없었다. 8년 7개월 동안 지존의 자리를 지켜 온 미니엄급 타이틀을 반납하고 한 체급 위 라이트 플라이급에 도전한다. 1999년 10월 2일 미국 라스베가스 힐튼호텔에서 윌 그릭스비와 맞붙어 3-0 판정으로 제압하고 2체급을 석권한다.

이후 그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1년 2월을 보내고 2000년 12월 2일 태국의 라타나폴 소르 보라핀과의 1차방어전에서 3회 2분 11초 만에 TKO로 날려 버리고 라이트 플라이급 1차 방어에 성공, 그다음 해 9월 29일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졸라니 페텔로를 8회에 패대기치고 2차 방어에 성공한다. 로페즈에겐 이것이 마지막 비무였다.

2002년 11월 27일,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란만장했던 강호를 뒤로하고 위대한 전사 로페즈는 은퇴를 선언한다. 리카르도 로페즈, 그는 무패로 은퇴한 역사상 세 번째 지존이자 아마 프로 통틀어 무패로서 은퇴한 최초의 지존이다.

로페즈는 현재 멕시코에서 방송인으로 일하고 있고 2007년 위대한 전사들의 집합체인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생애통산전적 프로 52전 51승(37KO) 1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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