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간다…거제사랑! 수협사랑! 어촌사랑!
그녀들이 간다…거제사랑! 수협사랑! 어촌사랑!
  • 김갑상 기자
  • 승인 2017.12.06 1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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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수협부인부’ 결성 봉사활동 시작, 거제 곳곳 누벼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거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조선경기 불황으로 거제는 우울한 뉴스가 일상사가 돼버렸다. 흡사 20년 전 IMF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던 대한민국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빛은 있는 법, 그래서 본지는 지역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며 시간을 쪼개 묵묵히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찾아 그들의 선행을 알려 경기침체에 의기소침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거리를 주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을 주고자한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섬 거제에서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며 그 곳에서 입은 무한한 은혜를 지역사회에 베푸는 이들이 있어 본지는 그들을 찾았다.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가 그 주인공이다.

-‘수협부인부’ 결성, 봉사활동의 시작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의 역사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별로 수협과 관련된 여러 봉사활동 조직이 자생 혹은 타생 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반면 거제에는 수협과 연관된 공식적인 단체가 없다가 수협에 종사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 몇몇이 대한민국 최초의 수협이 거제에서 시작되었다는 자부심으로 우리도 거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봉사단체 ‘거제부인부’를 결성한다. 그때가 1996년 10월 10일의 일이었다.

이후 수협부녀회, 어촌사랑주부모임, 어촌사랑주부모임전국연합회 거제분회로 명칭을 변경하며 주로 어민과 바다에 관련된 봉사활동을 해 왔지만 2012년 전국여성어업인연합회로 바뀔 때 까지는 그들이 활동한 구체적인 자료와 기록들이 남아 있지 않고 다만 회원들의 구전으로만 확인 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의 폭을 넓힌 ‘전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

바다와 관련된 것이 주된 봉사였던 여성어업인연합회가 정종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소외계층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2015년 7월 장목면 농소해수욕장 환경정화활동을 시작으로 8월에는 거제면 소재 노인요양보호소인 ‘사랑의집’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르신들이 더운 여름을 나는데 보탬이 되라고 목욕봉사를 했다. 이어 10월에는 사등면 창호리 계도어촌계체험마을 일대 연안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 계도연안의 해양쓰레기 2톤을 수거했다.

2016년 1월에는 연합회와 별도로 당시 총무를 맡고 있던 이둘순씨가 장목면 궁농마을 해안가에서 200여 만원의 사비를 털어 모든 어업인들에게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해맞이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떡국을 나눠주기도 했다.

특히 거제의 특산물인 대구 떡국은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개 했다. 이둘순씨는 지금도 매년 정월이면 무료로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회는 그해 2월, 거제면 소재 ‘사랑의집’을 다시 찾아 지난해 8월과 마찬가지로 어르신 목욕봉사를 비롯한 주변 환경 정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연합회 소속 회원 20여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연합회는 이날 봉사활동과 함께 어르신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쌀, 라면 등 부식을 비롯해 화장지, 과자 등 생필품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더했다.

또 4월에는 장목면 궁농 해안가에서 연안정화활동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회원 10여명이 참여해 폐어구를 비롯해 폐스티로폼 및 생활쓰레기 등 궁농해안 주변에 흩어져있는 해양쓰레기 300kg을 수거하기도 했다.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로 명칭변경, 거제사랑! 수협사랑! 어촌사랑! 슬로건

2016년 11월 3일 전국여성어업인연합회에서 사단법인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로 명칭을 변경 하며 연합회 활동에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그해가 저물어가는 12월 18일, 연합회는 거제수협 임직원과 공동으로 거제대구수산물축제가 한창이던 장목면 외포항에서 ‘사랑나눔 김장담그기’ 행사를 벌여 배추 1000포기를 담아 거제지역 73개 어촌계로 배달했다.

또 스티로폼 박스에 정성스럽게 담은 김치 216박스는 5kg 쌀 216포대와 함께 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김장담그기 행사를 위해 둔덕면 학산어촌계(계장 모봉두)는 양염용 멸치액젓 10리터 들이 10박스를 후원해 훈훈한 온정을 더하기도 했다.

찾아가는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해 가던 연합회는 지난 1월12일 고현동 거제수협뷔페에서 결산총회를 개최하고 이둘순 회장을 선출한다.

새로운 집행부 구성의 건에서 전임 정종아 회장이 물러나고 이둘순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부회장에는 김경남, 양선애씨가 선출됐으며 총무에 정경애, 감사는 직전 회장인 정종아씨가 선출됐다.

신임 이둘순 회장은 취임사에서 “어촌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점이다”며 “이러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부담스럽지만 여성어업인연합회가 발전하는데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연합회원들은 지난 2월8일 거제면 소재 노인요양기관인 ‘사랑의집’에서 목욕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생필품인 쌀, 라면, 휴지, 세재, 과일 등도 전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 3월9일에는 지역 어르신들이 맛있게 잡수실 수 있도록 각종 식사를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이날 연합회 회원 20여명은 전날부터 직접 재료를 구입해 밑간을 하는 등 정성들여 음식 준비를 마친 뒤 장목면 궁농 마을 소재 이둘순 회장의 자택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었다.

이날 준비한 반찬은 불고기, 각종 나물, 명태 코다리찜, 파전, 시래기국 등 손길이 많이 가는 음식들로 어르신들이 좋아하지만 평소에 만들어 먹기 힘든 반찬들이 대부분이었다. 완성된 반찬들은 각 종류별로 포장해 연합회 회원들이 직접 지역 내 경로당 30여 곳 및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맛있는 반찬을 위해 전달했다.

연합회 회원들의 현실은 거친 바다와 싸우며 생업을 이어 가고 있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또 바다가 주는 고마움을 알기에 해마다 수차례에 걸쳐 청소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들이 있는 한 거제의 바다는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그녀들이 있어 또 하루가 즐겁게 지나 갈 것이다.

이둘순 회장
이둘순 회장

●이둘순 회장 인터뷰

사랑나눔 김장담그기가 한창인 6일 오전 거제고현수협마트 주차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그녀를 찾았다.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

거제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단체이며 회원은 31명이다. 1996년 수협부인회로 출범해 수차례 명칭이 변경되어 지금의 연합회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수협이 거제에서 시작되었다는 자부심으로 지역사회에 티끌만한 보탬이라도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오늘 사랑나눔 김장담그기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분이 참석해 우리 모두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우리가 그런 단체다.

-오랜 세월 연합회가 지역사회에 봉사해 온 것으로 아는데 자료가 너무 없다.

지금 우리가 해 온 것처럼 예전에도 그랬다. 그때는 신문에 자료를 보내거나 취재에 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수협소식지가 생기면서부터 연합회가 하는 봉사활동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회장님은 3대가 해녀 집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웃음)그렇다. 외할머니, 어머니가 해녀였고 나도 30년째 물질을 하고 있다. 장목 궁농에 살고 있고 정치망, 연근해어선어업을 하고 있다.

-주된 봉사활동은.

첫째는 우선 연합회 회원 모두가 바다와 더불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 만큼 바다환경정화활동을 매년 수차례에 걸쳐 하고 있고 필요하면 예정에 없지만 그때그때 청소하기도 한다. 둘째는 노인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목욕봉사와 생필품을 전달한다. 셋째는 밑반찬과 김치를 담아 경로당과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전해준다. 되도록 자주하고 싶어도 회원 각자가 시간을 쪼개는 것이 여의치 않지만 최대한 자주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하나 꼽는다면.

뭐니해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목욕봉사와 독거노인 밑반찬 만들어 주기다. 노인 분들이 우리들의 손을 잡으며 자식새끼도 해주지 않는 것을 당신들이 해준다며 눈물을 보일 때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바다를 업으로 살아가는 어민들 특히 여성어업인들의 애로점이 많다. 바다는 황폐화 되어 어업자원이 고갈되고 어민들의 고령화와 높은 인건비는 더욱 더 우리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야지. 우리도 힘들지만 우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싶다.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또 내가 회장인 만큼 여성어업인 권익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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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줌마 2017-12-06 19:32:35
좋은일을 참 많이하시네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