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외포 앞바다에 출현한 누님들 “도대체 뭐 할라꼬?”
거제 외포 앞바다에 출현한 누님들 “도대체 뭐 할라꼬?”
  • 影潭영담
  • 승인 2017.12.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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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칼바람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해양쓰레기 수거

“뭐 할라꼬 이리 추운 날을 잡아서 사람을 고생시키노.”
“말은 저리 해도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올라 캅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12월 1일 오전 10시. 외포 앞바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쫙 달라붙은 검정색 슈트에, 얼굴 전체를 덮을 듯한 물안경으로 무장한 그녀들은 바로 외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해녀 7인방이다.

7인의 해녀와 해녀배를 운전하는 선장까지 8명은 외포항 일원에 버려진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모였다. 그녀들이 활동하는 어장에 대한 자율적인 관리 차원이다.

추운 날씨와 차가운 바닷물에 망설임도 있을 법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자 잇따라 ‘첨벙 첨벙’ 하며 물 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렇게 물속으로 뛰어 든 해녀들은 바다를 제 집처럼 누비며 바다 속에 가라앉은 물건들을 퍼 올리기 시작했다.

먼저 올라 온 것은 버려진 통발. 통발 속을 제 집으로 착각해 들어있던 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집게발을 벌리며 시위해 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행님, 가져가서 된장국에나 넣어 묵었소.”

해녀들이 건진 폐 통발을 뭍으로 올리던 선장이 인심 좋게 마을 주민에게 게를 건넸다. 이어져 계속 해양폐기물이 올라온다.

언제 쓰였는지 모를 비치파라솔에서부터 심지어 폐타이어까지. 바다 속이 쓰레기장도 아니고.

해양폐기물을 건져 올리는 해녀들은 벌써 선장이 했던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물에 들어간 뒤로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않는다. 오히려 물속이 더 따뜻하단다.

“쉬이~ 휴우~”

물질을 하고 나올 때마다 내뱉는 해녀의 숨소리가 외포 바닷가에 계속해서 울린다. 그럴 때마다 뭍으로 해양쓰레기를 끌어 올리는 선장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좀 천천히 하지. 나 혼자 할라쿤께 힘들어 죽겄다.”

선장의 푸념은 그저 푸념에 그칠 뿐이었다. 해녀들은 못 들은 척하며 제 할 일에 여념이 없었다. 웬만큼 했으면 끝내도 될 일을, 판을 더 크게 벌릴 기세다.

“선장은 배 타고 따라 오이라. 우리는 저 옆으로 좀 더 멀리 가서 작업 할낀께.”

그렇게 외포 일대 바다를 주름잡는 누님들은 외포항에서 조금씩 멀어져갔다.

해양 쓰레기를 건져 올리느라 흐려졌던 물속이 서서히 맑아진다. 7인의 해녀들이 뛰어들기 전과 바닥이 달라진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멀어지는 해녀 7인은 그렇게 자기네 어장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매년 이 맘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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