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뒤 전쟁터 누비는 전투용 AI ‘정이’, 현재는?
150년 뒤 전쟁터 누비는 전투용 AI ‘정이’, 현재는?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23.01.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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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지난 1월 20일 <부산행>, <지옥>의 연상호 감독의 SF 신작 <정이>가 공개됐다. 영화 시작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135년.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는 황폐해지고 인류는 더는 지구에서 살지 못하게 된다.

인류의 새로운 거처는 지구와 달의 궤도면 사이에 건설한 ‘쉘터’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시민들이 쉘터로 이주하던 도중 일부 쉘터가 스스로를 아드리안 자치국으로 선포하고 내전을 일으킨다.

지구연합군과 아드리안 자치국이 서로 대치하는 가운데 ‘윤정이’는 여러 전투를 지휘하며 지구연합군에게 수많은 승리를 안겨준 유능한 용병이다. 하지만 아픈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참전하던 그녀는 마지막 작전에서 실패해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이때 군수 인공지능(AI) 업체 크로노이드가 윤정이의 가족에게 접근한다.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투용 AI 용병 ‘정이’를 개발하자는 것. 크로노이드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윤정이의 뇌를 연구해 전투 AI 로봇을 개발한다.

영화는 수십 년 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을 그린다. 그사이 윤정이의 딸 ‘윤서현’은 병을 치료받고 생존하여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된다.

윤서현을 비롯한 연구진이 하는 일은 윤정이의 마지막 작전을 바탕으로 복제된 뇌 데이터에서 전투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집중적으로 반영한 인공 지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들은 뇌 데이터를 안드로이드에 이식하고 이 안드로이드로 전투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론전은 현대 전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출처: shutterstock)
드론전은 현대 전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출처: shutterstock)

영화의 첫 장면이 바로 이 전투 시뮬레이션이다. 여기서 자신이 전투용 AI라는 것을 모르는 정이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이를 공격하는 상대, ‘아드리안의 신식 짐보’는 인간이 아닌 4족 보행 로봇이다. 거대한 몸집을 민첩하게 움직이며 총알 수백 발을 연속으로 쏘아 대는 로봇을 보고 정이는 놀란다. “뭐야, 저거?”

SF에만 있던 로봇 전쟁, 현실로 다가오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 속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을 지도 모른다. 현재 이 전쟁은 ‘최첨단 전쟁 기술의 시험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례 없는 규모의 수많은 전투 AI 및 킬러 로봇들이 배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무기는 드론(무인기)이다. 197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군사용 드론은 한때 일부 군사 강국에서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면서 2010년대부터는 전쟁에서 드론이 사용되는 일이 급격히 증가했다.

자폭 드론을 포함해 드론은 한 대당 수만 달러 수준의 적은 비용으로 방공망을 피해 인명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살상 무기다. 참고로 미사일은 한 발 발사하는 데 최소 수십만 달러가 든다.

영화 속 전투 시뮬레이션에서는 갑자기 인간처럼 2족 보행을 하는 로봇들이 나타나 정이를 공격하는 장면도 있다. 아마 적군인 정이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2023년 현재 이미 이 세상에는 사람의 지시 없이도 ‘자율적’으로 적을 공격하는 전투용 AI가 있다.

미래 인류와 로봇과의 삶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출처: shutterstock)
미래 인류와 로봇과의 삶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출처: shutterstock)

지난해 11월 에릭 쿠릴라(Erik Kurilla) 미국 장군은 AI로 구동되는 해상 드론이 수천 킬로그램의 폭발물을 실은 범선을 “명령 없이, 작전 센터가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방산 업계에서는 일명 ‘완전 자율형 킬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새로운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개발한 전투관리시스템 ‘델타’를 두고 “제1차 세계 사이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델타는 군대가 적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련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는 정보 시스템으로 군사위성과 드론, 첩보 등으로 얻은 정보를 취합해 디지털 지도에 실시간으로 나타낸다. 최근 델타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어 악성코드 공격 시도가 있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 보안도 미래 전투에서 매우 중요하다.

“첨단 로봇을 무기로 만들지 않겠다”

전쟁터와 상반되는 소식도 있다. 일부 로봇 업계는 첨단 로봇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성명 ‘로봇 업계와 우리 커뮤니티에 보내는 공개서한(An Open Letter to the Robotics Industry and our Communities)’에서 ‘첨단 모빌리티 기능을 갖춘 로봇과 그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영화의 결말에서 정이는 결국 어떻게 될까? 만약 정이가 인간의 명령 체계를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얻는다면? 정이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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