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민의 풍물기행] 겨울바다 새해선물 거제 ‘지세포 대방어’
[손영민의 풍물기행] 겨울바다 새해선물 거제 ‘지세포 대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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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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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어로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지세포 어부들”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칼럼니스트

[거제뉴스아이] 1월1일, 겨울철 거친 파도와 싸우며 대 방어를 낚는 거제 지세포 어부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00일 동안 이어지는 바다 위의 전쟁! 지세포 앞바다에서 거센 물살로 유명한 안개 섬 해역에서 10kg이 넘는 대물 방어를 잡기 위해 장장 10시간에 걸쳐 사투를 벌이는 놀라운 전통방식의 대 방어 잡이, 그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찾아갔다.

어두운 새벽, 방어낚시를 위해서 항구로 나오는 사람들. “안녕하세요?” 출항을 서두르는 대우호 이병규 선장(68세)에게 새벽 5시에 출항하는 이유를 물었다. “방어 잡는 장소를 빨리 가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지요~”

1월이 되어도 안개 섬과 홍도부근은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아 수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날씨만 좋다면 미터 급 대 방어를 노려볼만 하다. “아무래도 살아나는 물때가 좋습니다. 큰 방어일수록 조류가 센 곳에서 놀거든요~ 게다가 방어는 끊임없이 유영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바닥부터 중층까지 공략하면 언젠가는 미터 급의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선장은 사리전후 화창한 날을 맞출 수만 있다면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더 필요한건 반나절 이상 조업할 수 있는 체력과 대 방어와 사투를 벌일 수 있는 강인함이다.

온대성회유어종인 방어는 수온에 민감한 탓에 적정수온인 15~18℃를 찾아 나선다. 봄, 여름엔 동해 북부 해역에 서식하지만 가을이 시작될 무렵 강원도와 부산해역을 헤엄쳐 겨울인 11월~2월까지 거제 안개섬, 홍도근방에 머무른다. 빠른 해류와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낮은 수온을 견뎌낸 방어. 산란을 준비하며 지방을 축적해 기름지고 근육이 더욱 단단해져 쫄깃한 식감으로 최고의 맛을 낸다. 클수록 맛있고 방어 특유의 고소함과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는 대 방어.

대 방어를 잡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끼가 되는 전갱이(일명 매가리)를 잡는 일. 현재 지세포에는 전통어업방식으로 조업하는 방어 배가 단 3척만이 남아있다. 그중 1척은 올해로 경력 35년차의 베테랑 이병규 선장의 대우호. 그의 역할은 파도를 읽어내는 일. 3.69톤급의 배를 운전하며 배에는 선원구하기 힘들어 혼자서 작업을 한다. 그의 아내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30년 횟집 운영경력의 장필자(59세)씨도 아들며느리와 함께 지세포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선장은 겨울에 풍랑주의보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하루도 쉬지 않고 배를 탄다. 새벽 5시 배에 올라탄 선장은 필자를 싣고 안개 섬으로 향했다. 지세포에서 1시간30분 거리 안개섬 해역은 거대한 파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배가 심하게 흔들리는데다 조업 포인트에 모여든 다른 배들 틈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하는 터라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7시38분. 안개섬 등대사이로 새해가 떠올랐다. 일출을 보기위해 많은 배들이 몰려있다. 그의 대부분 배들은 일출구경 후에 방어낚시를 위해 몰려온 배들이다. 마음이 급해진 이 선장은 “일출도 봤으니 대 방어 잡어로 갑시다”며 안개 섬 뒤를 돌아 형제 섬으로 이동했다. 8kg 이상 되는 대 방어를 낚아 올리기 위해서는 절제된 힘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끌어올리는 손기술이 필요한데 미끼로 살아 있는 정어리만 쓴다고 쉬이 잡히는 법이 없어 손이 많이 가는 바닷물고기 방어다. 그래서 더욱 값진 수확이라고 말한다.

수심 50m 깊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방어. 줄이 물속으로 빨려드는 것을 보니 수심이 꽤나 깊다. 한참이 흘렀을까 삼치 한 마리가 공갈미끼에 낚여 발부둥치는 모습이 보인다. 공갈미끼에 낚여 세상 밖으로 올라 온 저 놈만 불쌍하다. 또 한참을 지났을까 “왔다~” 입질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방어인 모양이다. 노련한 이 선장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아무리 줄을 당겨도 감기지 않는 줄,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는 고기, 필자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보인다~ 보여” 미끼를 문 방어가 깊은 바다에서 끌려오기 시작하는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방어와 베테랑선장의 사투 끝에 수면위로 떠오르는 방어. 수면위로 올라온 방어는 잽싸게 뜰채로 들어 올리는데 1m는 족히 넘는다. 8Kg이상의 대 방어 두 마리가 올라 왔다. 곧 낡은 어선에는 방어가 가득 채워지는데 그물도 낚싯대도 없이 낚싯줄로만 잡는 이 선장의 투혼은 헤밍웨이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파도가 험해도 배가 뒤집히지 않을 정도의 파도라면 거뜬히 작업할 수 있다는 사람들. 거칠게 부딪혀오는 파도에 너울대는 배.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져도 낚싯줄만큼은 놓치지 않는 정신력. 바다가 선물하는 만선의 기쁨을 알고,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들은 진정 전통어업방식을 이어오는 지세포 어민들의 진정한 삶의 현장이다.

지난해 12월30일에는 거제시씨름협회 관계자분들이 거제 안개섬 현장에서 직접 잡은 대 방어회를 맛보기 위해 이 선장 부인이 운영하는 지세포횟집(055-681-9532)을 찾았다. 지심도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횟집 앞에서 파란바다가 출렁이고 그 위에 정박해 있는 수십 척의 고기잡이 어선들. 그리고 수평선 바다물결위에 아름답게 반짝이며 손님을 맞이한다.

필자는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여러 번 제철방어 맛을 보려고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쉽게 찾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거제씨름인들과 함께 찾았는데 역시 항상 웃는 얼굴로 여주인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곳에는 제철마다 다양한 고급어종 코스 회 요리가 있고 모듬회+해물+초밥+구이+홍합장어전+튀김+6가지 스끼다시+매운탕요리, 물메기 회정식 등 메뉴들도 다양하지만 이 날은 겨울철제철음식인 지세포횟집 특대방어코스요리를 주문했다.

본래 많이 퍼주기 인심 좋기로 유명한 여주인이 특별히 10Kg이상 나가는 특대 방어회를 시작으로 대 방어머리구이, 방어매운탕, 굴회. 방어전, 등 너무 많은 양이 나와 배는 부르고 다 먹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방어요리코스에 밑반찬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전부가 아이들에게도 입맛을 들게 하는 음식물들이 전부다.

코스요리에서 다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하자 거제씨름 팬이라면서 너무 친절하게 지리와 튀김 등을 포장해주는 서비스까지 정성 드려 우리를 접대하는 모습이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일행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듯 했다. 그날 우리는 지세포횟집에서의 맛있는 특대방어회를 먹을 수 있어 행복했고 2022 거제씨름인 송년의 밤 행사에 거제인의 인심에 또 한번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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