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K-달 궤도선 ‘다누리’, 마침내 우주로
최초의 K-달 궤도선 ‘다누리’, 마침내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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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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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뉴스아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한국 시각으로 2022년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달’과 누리다는 뜻의 ‘누리’가 더해진 이름으로,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기를 바라며 달 탐사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상상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상상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원장은 지난 6월 다누리 발사 준비 현장 설명회에서 “우주 탐사를 위한 첫걸음이자 머나먼 심우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누리 발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다누리는 130여 일 후인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해 같은 달 31일 달 상공 100km에 있는 임무 궤도에 진입한다. 이후 1년 동안 하루 12차례 궤도를 돌며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표면 관측, 달 자원 조사, 자기장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어깨 무거운 다누리…‘세계 최초 임무’ 수행, ‘한-미간 우주 협력’ 강화

다누리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82m, 2.14m, 2.19m로 소형차보다 크기가 작지만 무게는 678kg로 가볍지 않다. 본체에 감마선 분광기·우주 인터넷 탑재체·자기장 측정기·광시야 편광카메라·고해상도카메라·영구음역지역 카메라(섀도우캠) 등 임무 수행에 필요한 6개의 탑재체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개의 탑재체는 각각 어떤 임무를 수행할까. 우선 고해상도 카메라로 2030년대 초 발사할 계획인 한국형 달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한다. 자기장 측정기로는 달의 자기장을 분석하고 자기장 이상 지역을 파악해 달의 진화와 기원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감마선 분광기로는 물, 산소, 헬륨-3, 티타늄 등 다양한 원소에 대한 지도를 만든다.

무엇보다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카메라, 우주 인터넷 탑재체로 다른 달 궤도선이 하지 못했던 최초의 임무를 수행한다. 바로 광시야 편광카메라로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를 제작하고, 우주 인터넷 탑재체로 달과 지구 간 우주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하는 것이다.

편광지도는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을 이용해 만든 달 표면의 편광 영상으로, 미소 운석의 충돌, 태양풍, 고에너지 우주선 등에 의한 우주 풍화 연구에 활용된다. 현재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가 없기 때문에 다누리가 이 임무에 성공하면 ‘최초 제작’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다누리에는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에는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인터넷 탑재체는 우주에서 메시지와 파일,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송하도록 설계됐다. 이 장비로 심우주탐사용우주인터넷(DTN)를 시험한다. DTN은 네트워크가 끊겼을 때 데이터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중간(노드)에서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다시 전달하는 기술로, 통신 환경이 열악한 우주에서 특히 필요하다. 다누리는 지구에 설치된 노드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우주용 DTN을 최초 검증할 예정이다.

또 다누리에 실린 6개의 탑재체 중 유일하게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장비가 있는데, 바로 ‘섀도우캠’이다. 섀도우캠은 달 극지역의 충돌구 등 1년 내내 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한다. 향후 NASA가 달 극지방 착륙 후보지를 선정할 때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섀도캠은 한국과 미국의 우주 협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NASA가 추진 중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다누리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 계획 후 발사까지 15년, 올해 말 임무 궤도 진입 예정

달까지 직접 쏘면 3~4일 내로 도착할 수 있지만, 다누리는 지구에서 약 156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L1)을 들렀다 달로 향하는 경로를 택했다. ‘탄도형 달 전이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구나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 달까지 비행하는 것이다.

비행시간이 약 4.5개월로 훨씬 길어지지만, 연료 소모량을 약 25%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우주 항해항법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어 훗날 먼 우주를 탐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행 중 금성, 목성 등의 천체를 촬영할 수도 있다.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을 따라 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을 따라 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2007년 한국이 처음 달 탐사를 계획한 이후, 다누리를 발사할 때까지 총 15년이 걸렸다. 이 기간에 실현 가능성과 비용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한편 계획 자체가 무효가 될뻔한 적도 있었지만, 과학계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다누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달 궤도선이라는 점 외에도 한국의 산업체·학계·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개발을 주도한 항우연을 비롯해 본체·탑재체·심우주지상시스템 개발과 선행 연구에 대학교 13곳, 정부출연연구기관 6곳, 기업 40곳 등이 참여했다.

더불어 오는 203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착륙선의 착륙 후보지 탐색도 다누리의 임무 중 하나인 만큼 한국 달 탐사 계획의 시작과 끝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지금까지 달에 착륙하거나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뿐이다. 다누리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면 한국은 달 탐사에 성공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올해 마지막 날 임무를 시작할 다누리가 1년간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기를 기원해 보자.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출처: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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