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 - ‘으라차차 강릉단오제’
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 - ‘으라차차 강릉단오제’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22.06.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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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청 이다현 14번째 무궁화장사, 한유란 매화급 준우승

글·사진: 거제시청씨름단 명예부단장/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지난1일 강원도 강릉시 남대천 야외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단오장사 씨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문지훈 거제시씨름협회장, 천경현 사무차장, 김창식 총무이사와 함께 오전 7시30분 강릉을 향해 출발했다. 함양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종묘제약, 판소리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제로 등제된 강릉단오제는 조선시대 대관령의 신들에게 제를 지내며 관민이 함께하고 유교와 무속신앙이 함께 어울러 지내던 마을 공동축제였다.

필자가 군 복무시절이었던 1976년, 강릉 남대천에서 경험했던 마을 축제가 원형대로 그대로 보전되어 내려온다. 군 생활을 통해 이 지역사람들의 삶의 무늬를 읽어내며 추억을 가졌던 나로서는 단오장사 씨름대회가 있는 날이고 날씨도 좋아 강릉단오제행사의 이모저모를 취재해 보았다.

‘으라차차 강릉단오제’를 주제로 시작된 이번축제는 싱그러운 날씨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3년 만에 대면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남대천행사장은 구경하는 사람들로 새까맣게 메워졌다.

사람구경이 최고의 구경이 되는 날이다. 전국 최대규모의 먹거리 장터와 제례, 무당굿, 관노가면극, 그네, 창포 머리감기, 구리취떡맛보기, 강릉농악, 판소리 등 다채로운 행사와 무형문화재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행들과 함께 씨름경기장 맞은편에 즐비하게 늘어선 먹거리장터에 들렀다. 맛 집이라 확신 할 수는 없었지만 우선 좀 앉아서 쉴까하고 들어갔다.

음식문화가 발달된 강릉지역에서 가장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감자전, 오징어순대와 동동주를 주문했다. 감칠맛 나는 강원도음식에 쌉싸름하고 달짝지근한 동동주가 어우러져 껄끄러운 여름입맛에도 부담 없이 넘어간다.

이번 축제에서 단연인기는 야외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단오장사 씨름대회’다. 단오제사상처음으로 강릉에서 열리기 때문에 올해 단오장에는 인류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와 씨름, 농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오후2시, 드디어 우리선수단이 출전하는 여자부 개인별 장사결정전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울러 퍼졌다. 일행들은 황급히 씨름장으로 향했다. 이미 씨름경기장에는 구름관중으로 가득 차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우리 일행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서니 아뿔싸~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중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다행스럽게도 행사 진행요원이 씨름단관계자인 우리를 알아보고 빈자리로 안내한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즈음, 매화장사 결정전이 시작됐다.

거제시청소속 매화급(60Kg이하) 한유란 선수가 출전하자 문지훈 회장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유란 파이팅”이라고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낸다.

한유란 선수의 힘찬 몸짓에 관객들도 환호한다. 한유란은 예선전에서 매화급 절대강자 이아란(안산시청), 양윤서(영동군청)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대회는 반드시 단오장사 꽃가마에 오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상대선수는 영동군청 김채오 선수다. 결승전답게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한유란은 첫판에서 들배지기에 이은 잡채기공격으로 한판을 앞서갔다.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김채오의 두판 연속안다리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우승트로피를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도 잠시 곧 이어 이다현 선수가 무궁화급 결승에 출전했다.

베테랑 최희화(안산시청)를 꺾고 결승에 오른 임정수(화성시청)였으나 이다현의 패기가 상대를 압도했다. 첫판 들배지기로 임정수를 눕혀 기선을 제압한 그는 둘째판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기습안다리공격을 시도하며 순식간에 승부가 끝나버렸다.

2020년, 무궁화장사 전관왕 위업을 달성하며 모래판 ‘돌풍’을 일으킨 이다현은 무궁화급만 따지면 통산14번째, 천하장사까지 합치면 15번째다. 더불어 올해는 설날대회, 거제대회, 괴산대회에 이어 4관왕을 달성했으니 ‘씨름의 날’이기도 한 이 날은 ‘씨름여제’의 탄생을 알리는 뜻 깊은 날이었다.

승리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저녁 무렵, 문 회장이 “소중한 강릉방문길에 강릉대표 맛 집에서 즐거운 먹거리 추억을 만들어보자”며 우리선수단을 경포대 해변에 위치한 목포태평양횟집으로 안내한다. 야호! 우리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현지인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이 집만의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아름드리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경포해변풍경이 일품이었고 횟집사장이 추천해 주신 동해바다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해산물과 생선회, 그뿐만 아니라 얼큰하고 담백한 매운탕까지 동해바다를 통째로 맛보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손 단장 모처럼 강릉시합에 왔는데 압암동 백년가든으로 올 수 있겠나?”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님의 목소리다.

거제장사씨름대회를 마치고 제대로 인사를 못했던 터라 문지훈 회장과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다. “각 지자체가 여자씨름창단을 하면서 모래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은 여자씨름이 대세다. 협회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우리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자.”

당당하게 민속씨름 스토리를 풀어 얘기하는 모습이 위풍당당 큰 장군 같았고 가슴 찐한 감동까지 밀려왔다. 늦은 밤까지 황 회장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가슴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었다.

이른 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후에 경포해변을 산책하다가 초당동 두무마을로 향했다. 70년대 후반 필자가 근무했던 급양대(부식보급부대)에서 두부를 손수 만들어 장병들에게 보급했던 옛 추억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3대로 이어지는40년 전통의 ‘초당할머니 순두부식당’에서 순두부를 시켰다.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초당두부는 지금도 바닷물로 간수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번 강릉나들이는 천년을 이어오는 단오제 행사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단오장사 씨름대회가 열리게 되어 다채로운 행사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고 강릉 향토음식인 감자전, 오징어순대, 수리취떡, 초당두부의 맛과 싱그러운 남대천 향기를 맘껏 느껴 봤으며 특히 올해 이다현 선수의 4번째 무궁화장사 등극에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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