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삼성중공업의 ‘갑질’과 협력업체의 ‘눈물’
거제 삼성중공업의 ‘갑질’과 협력업체의 ‘눈물’
  • 김갑상 기자
  • 승인 2019.12.24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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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일방적 통보’로 하도급계약 체결
일한 사람도 모르는 기성금‧‧‧적자폭 떠 안아야
‘무조건 따라라’ 부당한 경영간섭도 예사
‘상생’과는 너무 먼 ‘갑질’ 안전사고도 떠 넘겨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날씨가 한 겨울로 치닫고 있는 이른 아침 A씨는 집을 나섰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소로 출근했지만 지금 그가 가는 곳은 서울 삼성본사다. 수십 번을 오갔다. 이 지루한 싸움의 종착역은 막연해 보이지만 마냥 손 놓고 있기엔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조선 강국의 불빛 이면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눈물이 스며 있다.
조선 강국의 불빛 이면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눈물이 스며 있다.

A씨는 2008년부터 2017년 초까지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로 사내 하도급공사를 했다. 물론 돈이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조선경기가 하향곡선을 치닫기 시작한 2013년 후반부터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는 쌓여 갔고 결국 견디다 못해 스스로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수도 없이 문서로 때로는 말로 하소연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이제 그에겐 쌓인 공과금과 은행 채무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사업을 접은 후 그는 2017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계약체결과 산재사고의 책임전가 등 갖은 부당한 행위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한 하도급 계약

A씨 주장에 따르면 “2013년 전반기까지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시 도면과 공사금액 산정 품셈표(원단위)를 공개했으나 그해 후반기부터는 견적가를 삼성중공업에서 업체와 협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로 공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했다.

“그것도 문서가 아닌 구두 또는 전화로 선 통보 후 시공품의서를 업체에 보내 5~10% UP시켜 견적서를 작성, 제출을 요구한 후 협력사가 UP한 만큼 삭감함으로서 협력사와 상호 네고 과정을 거친 것처럼 합법가장 불공정행위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물론 A씨와 협력사들이 품셈기준에 대해 수차례 공개를 요구했지만 삼성중공업측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일반적으로 공사도급에 있어 사업자는 경제성여부 즉 돈이 되냐, 안 되냐를 가장 먼저 따져 본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이 제시한 계약방식은 물량내용도 불명확하고 물량별 적용 원단위를 모르기 때문에 공사금액 적정여부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제뉴스아이>가 입수한 시공품의서에 보면 달랑 문서 한 장에 작업량 ‘공수 000’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하도급법 제3조와 제4조 및 하도급법의 기본정신인 대등한 지위하에서 수급 사업자의 견적제출과 상호 네고 과정을 거쳐 공사대금을 결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나 원청에서 일방적인 견적가 결정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 행위이자 명백한 법위반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 사내 전 협력사 공사하도급 베이스가 되는 ‘기본계약서 조선임가공 분야’ 제2절 하도급대금의 결정 및 조정, 제7조 1항에 계약금액은 물량, 사양, 납기, 대금지급방법, 품질, 재료가격, 노무비, 시가의 동향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산정방식에 따른 적정한 관리적 경비 및 이익을 붙여 갑과 을이 협의해 정한다고 되어 있다.

다만, 갑이 표준셈표에 의거해 계약금액을 산정 할 경우 그 표준셈표에 대해서는 사전에 을과 협의해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A씨는 “여기서 공사도급계약의 기본이 되는 ‘공수’와 ‘시수’에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가 공정위에 불공정 하도급 계약체결과 산재사고의 책임전가 등 갖은 부당한 행위 조사요청에 대해 삼성중공업측이 2017년 11월 9일 공정위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공수라 함은 “하도급대금 = 공수 x 단가, 공수 = 원단위 x 물량” 이라고 적혀있다.

또 조선업에서는 수행하는 일의 객관적인 양을 측정함에 있어 ‘공수(JMH)’라는 독자적인 단위를 사용한다. 이는 작업내용을 정해진 공법, 조건, 설비 등을 이용해 보통의 숙련도를 가진 작업자가 정상적인 속도로 작업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 하는 바, 조선업 공정상 수행되어야 할 일의 객관적인 양을 표시하는 단위로 사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여기에서 공수의 변수가 되는 물량에 대해 A씨는 “삼성중공업 내부기준에 7년차 숙련공이 1시간 동안 일 할 수 있는 량이라 했다. 도장과 같이 확인하기 쉬운 직종은 그런대로 이해되지만 작업량이 애매모호한 직종은 원청의 결정에 따라 공수가 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했다.

따라서 A씨 주장은 원청 역시 복잡한 공수보다는 “시수 = 시간 x 원단위 즉, 하루에 투입 된 인원의 작업시간과 단가에 의해 도급금액이 정해져 왔고 삼성중공업측이 공정위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시수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하였으나 삼성중공업 측도 시수라는 용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거제뉴스아이>가 입수한 여러 장의 시공품의서에도 삼성중공업이 시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삼성중공업측이 공정위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 한 것으로 보여 공권력 자체를 우습게 아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업자도 모르는 기성금

먼저 A씨는 삼성중공업의 기성금 배당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예로 ‘한국호’라는 선박을 수주하면 먼저 팀별로 예산을 나눈다. 그 다음 각 팀별로 예산이 확정되면 그 팀은 직영과 소속된 협력업체로 나누어 또 예산을 쪼갠다. 당연히 직영 우선으로 먼저 예산이 배당되고 나머지 돈이 협력업체로 분산된다.

여기서 문제는 ‘한국호’라는 선박의 수주금액이 제값(?)이 아닌 저가수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적자폭을 떠 안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매월 공사를 진행하고도 말일이 될 때까지 기성금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어 원청부서 눈치를 살펴야 하고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갖은 하소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했다.

원래대로 라면 작업일지에 입력된 시수대로 기성금을 주면 되지만 삼성중공업 측도 협력업체들이 입력한 작업일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속된 말로 ‘와리깡’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전에는 100이라는 시수를 입력하면 삼성중공업 측에서 A씨가 주장하는 업체운영 마지노선인 60~70% 정도는 지급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선이 무너지면 업체들은 직원들이 일한 시간은 있고 기성금은 적으니 결국 빚을 내어 임금과 운영비를 충당하다보니 업체들의 고통은 쌓여 가게 마련이었다. 그 속에서도 ‘빽’이 있는 부서장 밑에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예산을 조금 이라도 더 많이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숨 쉴 구멍이 있었다.

물론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삼성중공업 측에서는 최초 이상한 계약을 한 대로 기성금은 지급한다고 했다. A씨는 “여기서 그들의 비도덕적이고 야비함이 드러난다”며 분개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개정·선행공정 오작/누락·자재 오작 등에 의한 추가/수정작업이 시수의 기성인정 반영률이 20% 수준으로 제대로 인정도 되지 않고 또 안전조치, 청소, 자재수령, 검사, 도면발급 등 일을 하면서도 시수반영이 되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 금액 안에 무조건 시수반영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업체들이 근거제시를 요구하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가슴만 치는 일이 일상화 되어 있다고 한다.

안전사고 업체에 책임전가

A씨 주장에 따르면 “2015년 2월 삼성중공업 자회사인 B사 소속 신호수와 크레인기사의 과실로 A씨 회사 사원 C씨가 3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고를 조작·쌍방과실로 주장해 아무른 배상이 없었고 책임전가로 인해 16억 5000만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사망사고 사건을 7개월 7일 동안 법정에서 끈질기게 소명한 결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또 삼성중공업 측이 공정위에 제출한 안전사고 책임전가 답변서에 B사는 삼성중공업 측과 무관한 회사이니 당사자들 끼리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적었지만 A씨는 B사는 태안 원유유출 사고 전신인 D사이고 법인명만 바꿨을 뿐 이 회사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삼성중공업의 자회사라는 것을 사내에 근무하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무조건 따라라’ 부당한 경영간섭

A씨는 “사내협력사 경영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은 정상적인 하도급관계를 초월하는 지속적이고 부당한 경영간섭과 지시로 하도급법 제18조를 위반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첫째, “삼성중공업은 ‘협력사대표는 토·일요일은 물론 1월 1일, 삼일절, 근로자의 날, 현충일 등 공휴일과 하계휴가 중에도 출근을 강요’하고 시간도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각종회의 패트롤, 캠페인, 간담회에 동원지시 및 참석여부를 체크하는가 하면 또 매월 오전과 오후 두 번식 상주 및 근무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확인 한다”고 했다.

둘째, “매월 소요자금(임금 및 경비실적) 실적을 원청에 보고를 강요하고 수시로 임금대장과 각종경비 실적 그리고 통장사본까지 제출을 요구하고 또 협력사 인력에 대한 충원 및 정리지시 그리고 특별잔업, 철야작업 및 우천작업까지 지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원청의 과장, 부장, 팀장의 결재까지 받도록 강요 한다”고 했다.

셋째, “혁신활동 능률 30% 개선(예산감축) 추진 관련 협력사 사원 당 매월 10건 이상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강요하고 년 4회 이상 출입증 검열(인원점검)과 주간안전 교육 시 전산인원을 대조하는 인원점검을 불시에 실시하기도 하고 협력사사원 호선승하선시간 체크해 협력사별 순위를 매겨 공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도급계약전 선 투입

A씨는 “삼성중공업 측이 정상공사인 경우 약 20% 정도 작업진행 후 도급계약을 하고 있으며 수정·추가공사의 경우 약 70~80%가 공사 투입 후 월말 기성 임박해 계약 처리하는 경우가 일상화 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하도급법 제3조 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했다.

“예로 A씨 회사의 경우 계약건수 10건 중 계약일은 2017년 1월 31일 이후이나 전산배원일자 및 작업일보를 보면 1월 21일부터 작업 투입한 것으로 되어 있어 다른 업체 역시 자신의 업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했다.

추가공사비 미지급과 비철단가 차별미적용으로 인한 손실

A씨는 “작업을 하다보면 설계문제, 선행문제, 공정 간섭문제, 선주요구, 자재오작 및 자재지연으로 인해 추가 작업이 상당이 발생하고 있으나 삼성중공업측은 일은 시켜 놓고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추가공사비를 신청해도 무시하거나 현실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또 원청 예산 사정과 담당자의 성격적인 문제 등으로 추가공사비를 신청하더라도 무시되는 일이 결코 적지 않다”고 했다.

또 “FLNG선과 LNG선 등은 비철공사 위주로 티크용접사 및 비철배관사 투입에 따른 일반호선대비 임금부담이 해양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일반호선대비 30~50% 이상 많이 발생함에도 불구, 조선단가로 적용함으로서 협력사들의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지나간 모든 일들에 대해 담담하게 때로는 분개하며 삼성중공업 측의 ‘갑질’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외로운 3년간의 투쟁이 헛되지 않았다. 2019년 자의든 타의든 삼성중공업의 ‘갑질’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삼성중공업 피해협력사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금은 서울을 오가며 공동으로 투쟁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108억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고 또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총 2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제조하도급 개선과 관계자는 <거제뉴스아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하도급법 위반으로 조사 중에 있다고 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선 A씨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며 그가 2016년 9월 삼성중공업 사장 앞으로 보낸 하도급 손실보전 호소문이 머릿속에서 맴 돌았다.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전 임직원에게 내놓은 키워드는 바로 ‘상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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