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오합지졸, 일본 남알프스 정상에 서다
거제 오합지졸, 일본 남알프스 정상에 서다
  • 윤광룡 기자
  • 승인 2018.07.3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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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시산맥을 남(南)알프스, 히다산맥을 북(北)알프스, 기소산맥을 중앙(中央)알프스라고 부른다. 미나미 알프스는 아카이시산맥으로서 일본 제2봉인 기타다케(3,193m)를 위시해서 3,000m급 봉우리가 여러개 포진해 있다. 산맥의 길이는 120km, 폭이 40km에 이른다. 우리가 가는곳은 이 산맥 최고봉인 기티다케를 포함한 백봉삼산(기타다케, 아이노다케, 노토리타케)이다.

1. 원정 기간 : 2016. 8.8. ~ 8.13(5박 6일)
2. 등반 기간 : 2016. 8. 9~ 8.12(3박 4일)
3. 인원 : 오합지졸 5명
4. 운행코스 : 히로가와하라~기타다케~아이노다케~노도리다케~다이몬자와~나라다온천~산악버스~히로가와하라(원점회귀)

8월8일 새벽4시 집을 나서 7시 50분 김해공항에서 도쿄 나리타행 JAL960편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서해안을 따라 가다가 토야마 인근에서 북알프스 다테야마 상공을 지나 간다.

후지산 바로 앞의 봉우리 3개가 백봉삼산(기타다케-3,193m, 아이노다케-3,189.5m, 노토리다케-3,025.9m)이다. 그 좌측 연봉이 봉황삼산(지장악-2,764m, 관음악-2,840.7m, 약사악-2,780m) 인 것 같다.

비행기는 북알프스 상공을 지나간다. 웅장한 북알프스의 모습에 매료 된다. 정중앙 뾰족한 봉우리가 작년 5월에 갔었던 야리가다케(3,180m)이다. 그리고 우측 상단으로 연결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몇 년전에 갔었던 북알프스 최고봉이 오쿠호다카다케(3,190m)이다.

호다카다케 북사면 계곡 상단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구나. 몇 년전 이맘 때 갔을 때도 저곳의 눈을 밟으며 산장으로 지루하게 올랐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테야마 인근의 쿠로베댐의 호수가 보인다. 중앙 하단 정중앙이 다테야마이다. 그 우측 하단 펑퍼짐한 평지가 ‘무로도 평원’이며 여기까지 대중교통(삭도, 궤도차, 버스 등)가 올라와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10시경 나리타공항 2터미널에 도착하여 고후행 ‘야마나시교통 공항버스’를 티켓팅하고 공항에서 대기하며 점심식사도 한다. 13시 30분 중앙출구 바로 좌측의 11번 버스승강장에서 고후행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고후역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미리 재패니칸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썬파크 호텔 나이토에서 체크인하고 엔화로 현지 결재하였다. 고후역 복합상가인 첼로백화점 마트에서 시장을 본다. 우선 초밥 등 저녁 먹거리를 잔뜩 사고, 산에서 먹을 간단한 안주거리도 산다.

이 호텔은 대부분 1인실이었다. 너무나 좁다. 새벽 3~4시에 나갈테니 잠깐 쉬어 가는 개념이다. 역전에 있어서 접근성이 너무 좋다.

우리도 각자 1인실로 5개를 잡았다. 한방에 모여서 초밥과 해산물 등으로 맥주와 함께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곧 다가올 산에서의 빈약하고 비싼 식사(?)에 비하면 진수성찬이었다.

담날 산행 들머리 히로가와하라 행 첫차가 새벽 4시 30분이기에 3시 모닝콜을 해놓고 일찍 잤다. 잠을 설치며 3시 10분전에 일어나 각자 등산 배낭을 한번 더 체크하고 나머지 물품은 공용 카고백에 따로 모아 둔다.

3시40분쯤 역전 2번 버스 승강장에 나가니 일본인 2사람이 먼저 와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들! 히로가와행 안내판 앞에 우리 배낭 5개로 줄을 세우니 그 두사람이 우리 앞에 배낭을 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린다.

하나 둘 일본 산악인들이 모여 들더니 출발 20분전 쯤엔 30~40명이 모여 든다. 차가 도착하고 할머니 차장이 안내를 한다.

우리는 버스 뒷문으로 맨 먼저 타서 뒤 화물을 놓을 공간을 독점하고 뒷자리에 5명이 앉았다. 할머니 차장이 앞에서부터 매표를 한다. 1인당 2,050엔을 지불한다.

그 속엔 마이카규제에 따른 입산 부담금 100엔이 포함되어 있다. 부담금은 산에서 버스를 탈 때마다 내야한다. 올 때까지 3번 냈다.

2시간 가까이 산악 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히로가와하라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일단 안내소에서 카고백을 코인락커에 넣고, 입산신고서를 작성하여 산악 경찰과 매점과 안내를 겸하고 있는 듯 한 아저씨에게 제출하고, 가스를 사려니 없단다.

산장에는 있는지 물어보니 기타다케 산장을 비롯한 3개 산장에 일일이 무전으로 연락해서 알아봐준다. 다행이 첫 산장인 ‘백근어지소옥’에 있단다.

빵과 아이스크림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이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들머리로 들어선다. 드디어 3박4일간의 남알프스 등반이 시작 되었다.

저 멀리 계곡 끝에 오늘의 목적지 기타다케가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좌측 계곡으로 접어들어 얼마간 진행하다가 산길은 이내 지능선 하나를 잡고 올라 가는데 매우 가파르다.

쉬엄쉬엄 진행하며 올라가는데 모두들 힘들고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우린 오합지졸! 07:50분 쉬어 간다! 09:00 쉬어 간다. 여름 야생화도 담으며 간다. 솜다리인가보다! 노루오줌인가보다! 10:20분 ‘백근어지소옥’에 도착했다.

가스를 사고 마당 건너 숲속의 텐트 자리에서 컵라면과 캔맥주와 사케 두병으로 점심을 먹고 한숨 자며 쉬어 간다. 정상부 능선엔 구름이 휘휘 날아 다니고 있다. 아래엔 그늘을 제외하곤 땡볕이다.

12:30분경 출발을 한다. 또다시 급경사 오름길이 시작된다. 산장 뒤 사태구간에 야생화가 만발하였다. 13:35분경 고도를 높이니 계곡 건너편 ‘봉황삼산’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급경사 숲길 오름길을 지나자 시야가 확트이며 야생화로 가득한 초지가 나온다.

가장자리엔 보호를 위한 안내문과 금줄이 둘러져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뒤에 쳐진 후미를 기다리다가 너무 쳐진 것 같아 천천히 올라가기로 한다. 전방에 능선 고갯마루가 보인다. 이제 힘든길의 끝이 보이는 듯 하다. 14:40분경 지능선에 올라섰다.

14:50분경 점심 먹은 산장에서 1.4KM를 2시간 20분만에 힘들게 올라 왔다. 저기 안개가 밀려 오는 봉우리를 넘어 서야 ‘기타다케가타노고야’이다. 동쪽 건너편 봉황삼산의 모습을 마주한다.

산장을 향하는 능선길에서 야생화와 눈맞춤하며 천천히 올라 간다. 서쪽으로 중알프스의 산그리메가 들어 온다.

15:02분 ‘기타다케가타노고야’에 도착하였다. 오늘 여기서 하룻밤 야영할 것이다. 텐트비를 주고 꼬리표를 받아 산장 동쪽 사면의 텐트장에 2인용과 4인용 텐트를 쳤다.

후미를 기다리며 물을 사고, 식사를 주문한다. 이윽고 후미가 올라와서 먼저 밥부터 먹는다. 메뉴는 카레 덧밥에 맥주 한캔이다. 다시 텐트로 내려가 대충 닦고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햄을 굽고, 산장에서 산 야마나시 특산품인 와인과 사케를 마시며 첫날을 추억하며 한잔한다.

해발 3,000M에서 구름속에서 마시는 와인과 사케맛과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더라. 이렇게 남알프스 첫날 산행이 마무리되고 꿈나라로 간다.

/글 사진 옥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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