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이야기] 거제해금강이 품은 ‘서불과차’의 진실을 찾아서
[거제이야기] 거제해금강이 품은 ‘서불과차’의 진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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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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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해금강

대한민국 명승 제1호인 강원도 강릉시 ‘명주 청학동 소금강’에 이어 대한민국 명승 제2호인 거제해금강.

거제해금강은 1971년 3월 23일 명승 제2호로 지정됐다. 지정면적만 22만 3992㎡다.

섬의 동남부가 깎아 세운 듯 낭떠러지로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비를 가진 십자동굴을 비롯해 석문 일월봉, 미륵불, 촛대바위, 사자바위, 조도령바위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기암괴석의 바위틈에 천년송(태풍으로 말라 죽어 지금은 없음) 등 희귀목과 동백림을 비롯해 섬 특유의 난대성 식물이 무성하다.

조선 중기에는 아름다운 해안의 절경을 감탄하며 칭송한 최고의 이름은 작은 봉래산이라고 해서 ‘소봉래(小蓬萊)’라 불렸다. 거제도는 갈도를 포함한 해금강 일대를 ‘소봉래’라 불렀다.

이후 ‘소금강(小金剛)’으로 잠깐 불리다 조선말에 지금의 해금강이 됐다.

옛날 거제 해금강을 남부권의 삼신산(三神山)이라고 해서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서불과 동남동녀 3000명을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씨가 우제봉 높은 절벽에 남아있었지만 태풍으로 없어졌다고 전한다.

해금강 우제봉
해금강 우제봉

서불은 2200여 년 전 중국 진나라 때 낭야(琅琊) 사람으로 연단술(燃丹術·불로장생의 약으로 믿었던 단을 만드는 기술)로 불로장생하겠다는 뜻을 굳힌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다.

옛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1870년대)은 조익찬(曺益贊) 장군(경상우도 육군 대장)의 ‘갈도’에 전한다.

洛洛寒松無盡處 언제나 푸른 소나무 다함이 없는 곳
層層石壁有碁蹤 층층 석벽에 바둑판의 흔적 있네
徐市過此銘於蹟‘ 서불과차 새겨 자취 남겼으니
仙藥應生是邑中 응당 이 고을에 있으리라

그 다음은 비교적 더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이유원의 갈도석각가다. 조선 말 1881년(고종 18년) 영의정이었던 이유원(李裕元)이 거제도로 유배를 와서 서불과차 글씨를 보고 남긴 ‘갈도석각가(葛島石刻歌)’에 그 기록이 전하고 있다.

葛島奇觀遠莫致 갈도는 경치가 수려하나 멀리서 오기 어려웠는데
搨來石刻墨光秘 석각에 새긴 글을 탁본하니 먹처럼 새까만 빛이 신묘해 알기 어렵네
可疑千載秦徐船 서불 선박이 새긴 글씨로 천년이나 됐는지 가히 의심스럽다
其果投毫過去誌 붓의 털끝에 의지한 결과로 지나간 과거를 기록했구려

-갈도석각가 중 일부-

갈도석각가는 거제도 유배 때 이유원이 해금강으로 배를 타고 가서 탁본을 한 뒤 남긴 작품이다.

그는 ‘갈도석각가’에서 바둑판 위에 그려놓은 듯한 ‘서불’ 두 글자는 비록 옛 문자지만 알아볼 수 있었고, 나머지 두 글자는 과차가 아니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글자 형태에 대해 언급했는데 옛 서법의 일종인 도해법과 백세고등(百歲枯藤) 방법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이유원의 기록에서 2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글씨체로 서불과차의 자취임이 확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금강 우제봉
해금강 우제봉

그리고 일설(문중에 전해오는 얘기)에는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 위당 신관호가 추사의 제주도 유배(1840~1848년) 때 필요한 물품과 함께 당대 금석문의 대가였던 스승에게 해금강 서불과차의 금석문을 탁본해 보내 의뢰했지만 그 답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조익찬 장군의 갈도와 이유원의 갈도석각가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해금강 석벽의 바둑판 흔적 위에 ’서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갈도석각가에서 언급한 ‘과차’ 두 글자는 아닌 것 같다는 탁본 소회와 그리고 ‘도해법과 만세고등법으로 천명의 힘으로 새겼다’는 언급은 아주 구체적이다. 따라서 거제 해금강 마애각이 실존했다는 증거로 충분히 삼을 수 있다.

거제 해금강에 전하는 ‘서불과차’는 그 기록이 충분히 남아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글 김석규 거제시 공보문화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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