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향연 거제면 ‘죽림마을별신굿’ 열려
전통의 향연 거제면 ‘죽림마을별신굿’ 열려
  • 영담 기자
  • 승인 2018.02.2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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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별신굿보존회, 2월20일부터 21일까지 공연
남해안에서 유일한 ‘띄배놀이’로 행사의 대미장식

거제 죽림마을별신굿

대나무가 많아 다숲게라고 불려 온 거제 죽림마을은 반달 모양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을 끼고 형성된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배들이 있어 고기를 잡는다. 죽림마을을 지켜주는 신들은 마을을 포근히 감싸면서 곳곳에 좌정해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시원스레 있는데 양 옆으로 벽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돌이 바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일미터가 채 안되는 돌이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액으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지켜주는 존재다. 이곳에 금줄을 쳐서 굿을 하는 동안 부정을 막는다.


사단법인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정영만)가 지난 2월20일 오후5시부터 21일 오후5시까지 거제면 죽림마을에서 ‘2018 죽림마을별신굿’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남해안별신굿보존회가 주최, 주관하고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 국립무형유산원, 거제시가 후원해 열렸다.

거제 죽림마을별신굿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으나 조선산업 발전 등 산업화 및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한동안 사라졌다가 지난 2008년 1월 남해안별신굿보존회의 정기발표공연을 통해 명맥을 잇게 됐다.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은 물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다숲게’라고 불리는 죽림마을에서 펼쳐진 죽림마을별신굿은 한때 2년여마다 열려 길게는 4박5일까지 공연했으나 근래에는 축소된 형태로 굿판이 열리고 있다.

특히 거제 죽림별신굿에는 남해안별신굿 중 탈놀이, 적득이놀음 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가 하면 굿 말미의 ‘띄배놀이’는 남해안에서 유일하게 죽림마을에서만 전해 오는 굿이다.

첫날인 20일 오후5시 ‘들맞이당산굿’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린 별신굿은 마을의 안녕과 건강을 지켜주는 자연과 조상의 은덕에 감사드리는 ‘산신제’까지 마치며 첫날의 일정을 소화했다.

둘째 날 오전6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에서 ‘일월맞이’로 죽림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굿판을 벌인 보존회는 ▲골메기굿 ▲할미당굿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용왕굿 ▲지동굿 ▲영호찬 ▲군웅굿 ▲시석 ▲띄배놀이 순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골메기굿은 마을을 수호하는 모든 신령들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굿청에서 굿을 시작하니 선왕 대를 따라 굿청으로 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할미당굿은 굿청으로 가기 전에 죽림마을에서 모시는 할미당에서 굿의 시작을 알리고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굿이다.

부정굿은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 굿이며 가망굿은 날씨를 조정해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석굿은 마을사람들의 재수, 수명, 다산, 풍요을 기원하는 굿으로 제석신은 가망신과 부부신으로 해석되고 있다.

선왕굿은 팔도명산의 선왕들과 해안지방 특유의 선왕들 및 어선을 관장하는 선왕과 집에서 모시는 선왕들을 모셔놓고 마을의 안녕과 각 가정의 평안, 특히 바다에서 풍어를 이룰 수 있도록 마을의 모든 선박명을 적은 띠를 걸어놓고 굿판을 벌인다.

용왕굿은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에게 안전조업과 풍어를 기원하는 내용이며 이어지는 지동굿에서부터 본격적인 큰 굿판의 시작을 알린다.

남해안별신굿의 중심인 지동굿은 지동궤(마을과 관련된 기록문서들이 모셔진 함)를 제청에 놓고 문을 열어놓고 진행되는데 마을을 만든 조상들을 기리는 의미로 사람들의 근본을 되새기는 굿이다.

영호찬은 죽은 넋을 위로하는 굿이며 군웅굿은 각 가정에서 따로 섬기는 신들에 대한 예를 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석은 떠도는 영혼이나 제청에 들지 못한 잡신들이 많이 먹고 좋은 곳으로 떠나라는 내용으로 마을의 액을 모두 가지고 떠날 것을 기원하는 굿이다.

끝으로 띄배놀이는 남해안별신굿 중 유일하게 죽림마을에서만 전승되는 것으로 별신굿을 참관하는 관객과 공연자, 마을사람들 모두가 연희자가 되어 함께 가래소리를 부르며 띄배를 메고 바닷가로 나가 마을의 모든 액과 부정한 것,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고 멀리 바다로 띄워 보내는 놀이다.

이로서 만 하루동안 진행되는 죽림마을별신굿은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번 행사는 (사)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보존회의 회장이자 보유자인 정영만 보유자를 비롯해 그의 문하에서 별신굿을 전수받고 있는 이수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정영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개행사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전통방식의 있는 그대로의 마을별신굿으로 하게되는 것은 항상 고마운 일”이라며 “남해안별신굿을 잊지 않고 항상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죽림마을 홍호식 이장은 “풍요로운 바다내음 가득한 이 땅에서 조상들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빌며 주민들이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마련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신명나는 자리를 통해 응어리졌던 애환을 풀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한편 남해안별신굿은 별신굿과 별개로 ▲탈놀이 ▲용선놀이 ▲띄배놀이 등 다양한 놀이문화가 존재한다. 이 중 탈놀이에는 ▲중광대놀음(중메구) ▲할미광대놀음 ▲적득이놀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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