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으로 규모의 경제 ‘큰판’을 벌여보자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으로 규모의 경제 ‘큰판’을 벌여보자
  • 거제뉴스아이
  • 승인 2018.02.12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제시장 권민호

지난 2013년 4월,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거제로 유치하기 위해 동북 3성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심양시를 방문했다. 중국 내륙의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회색도시 심양은 탁한 하늘과 먼지바람이 일상이다.

이에 반해 맑은 공기와 천혜의 바다 비경을 자랑하는 거제의 자연환경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그들에겐 그 자체로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83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가진 심양시의 지도자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관광객 유치 논의를 위해 만날 것을 요청했으나, 26만 명의 거제시 수장을 응대한 것은 부시장급 인사였다. 시쳇말로 ‘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필요성도 그때 새삼 절감했다.

부울경 통합 문제는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그동안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제기돼 왔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도 공감대를 수차례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척되지 못한 데에는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현실적 인식, 의지 결여 등도 한몫하고 있다. 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성장전략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따지고 보면, 부울경 지역은 산업적으로 조선과 해운, 자동차, 석유화학에서부터 군수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드문 협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그럼에도 정치·행정·경제가 나뉘어져 있고, 지자체 간 이익관계 때문에 통합이라는 큰 틀의 성장동력에 대해서는 소통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울경의 성장 모멘텀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경남은 지난 8년 동안 전국 평균 3.065%를 밑도는 1.75%의 저성장을 지속했고, 올해도 전국 평균 3%보다 1.1%p 밑도는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저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

주력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위축과 지역내총생산(GRDP)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부진, 건설투자·수출의 큰 폭 하락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 기반인 정보기술(IT)·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관련된 기반조차 너무도 허약하다.

부산의 침체는 소위 ‘서인부대’라는 신생어가 현재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다. 부산이 ‘한국 제2도시’ 자리를 뺏기고, 인천이 그 위치를 곧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서울·인천·부산·대구의 첫 머리글자를 딴 용어이다.

실제, 부산은 장기적인 불황과 인구 감소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주요경제지표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부산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7%를 기록해 인천의 3.8%에 비해 절반이하 수준이다. 1인당 GRDP도 2,356만 원으로 인천보다 430만 원 가량 적었다.

부산은 인구수에서도 지난해 12월말 기준 352만 명으로 2010년 360만 명 이후 7년 사이 8만 명 가량이 줄어들었지만, 인천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301만 명으로 6년 사이 20만 명 이상 늘어나며 부산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올해 지역내총생산량과 경제성장률 같은 주요경제지표에서 인천이 부산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울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조선 등 주력산업의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수출과 개인소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인구수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수출은 2011년 지자체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해 1,015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600억 달러대로 추락했다.

1인당 개인소득은 지난해 2,018만 원으로 증가율 0.5%를 나타내 전국 꼴찌였으며, 실질경제성장률은 0.9%로 전국 2.8%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16개 시·도 가운데 4번째로 낮아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지난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울산은 이제 ‘국내 최고 부자도시’이자 ‘한국의 산업수도’라는 별칭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됐다.

경남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이 직면한 성장 모멘텀의 한계는 이렇듯 자명해졌다. 따라서, 행정과 산업·경제권역이 분리된 부울경을 하나의 거대한 ‘광역경제권’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중복된 산업구조를 지역별로 재편해 그동안 상호경쟁에 치중해옴에 따라 약화된 경쟁력과 생존의 한계에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기존 경제권역을 허물어 3개 시·도의 상호 확장성을 보장하고, 행정 통합으로 행정적 뒷받침과 효율성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 구축은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현재 수도권은 전체 인구 절반과 국내 1,000대 기업의 70%, 상장사 자본의 80% 이상이 몰려 있어 대한민국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 버금가는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을 구축하면 수도권 위주 ‘일극체제’의 국가적 재앙을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다.

또, 부울경은 기계·자동차와 조선·해양플랜트, 수산, 관광 등 특화된 분야의 산업화 전망이 밝고, 4차 산업을 비롯해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분야 기반을 구축한다면 통합 광역경제권으로서의 잠재력도 무한하다.

최근 3년간 통계치 기준 지역내총생산 250조 이상, 인구수 820만 명, 예산규모 22조 이상에 달할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은 명실상부하게 수도권과 나란히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가 미래를 떠받칠 양대 광역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뉴욕권, 런던권, 도쿄권, 파리권 등 세계 10대 광역경제권이 전세계 GDP의 40%를 담당하고 있고, 세계 40대 광역경제권이 세계 GDP의 3분의 2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은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경남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일꾼들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민의의 대변자로 선출되고자 하는 모두와 정부, 국회를 총망라해 부울경 통합 광역경제권 실현을 위해 진지한 대화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발상의 전환과 도전 그리고 실천이 최선이자 최고의 미래가치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